‘더 많은 기능’ 이란 단어에 대한 메이커들의 애증 섞인 감정은 종종 격언처럼 인용되는 ‘더 많은 기능이 더 좋은 제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분명 기능만 주야장천 만든다고 제품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말은 틀림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만약 위 문장을 다양함의 가치를 부정하는 데 사용한다면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분명 한 명 고객이 100가지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1,000명의 사용자가 1,000개의 기능을 원하는 상황은 기업 소프트웨어에서 딱히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하는 것은 ‘많은 기능’이란 단어가 경고하는 것이 '복잡성 리스크'라는 점입니다. 많은 기능은 기술적인 복잡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의 복잡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 2000년 이라면 말이죠.
'많은 기능'에 대한 흔한 오해는 과거 보수적인 기업 문화와 이들에게 판매되던 소프트웨어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 기업 구성원이 자신이 사용할 도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못했고 이는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기능 구겨넣기를 반복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 참고)
하지만 이미 현 세대의 프로덕트와 기술들은 복잡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용 SaaS 제품이 기성 B2B 소프트웨어를 밀어내고 빠르게 기업 업무 환경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문제들에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죠.
오히려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에 얹어지며 판매 방식이 달라졌고 실 사용자의 도구 선택 권한이 커지며 자연스레 연결을 통한 기업향 소프트웨어의 '플랫폼화', '개인화'는 자연스러운 발전상이 되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얘기가 고객의 요청을 무비판 적으로 수용하며 기능 공장처럼 기능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진짜 니즈에 집중해서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아주 빠르게 지옥의 맛을 볼 수 있겠죠..ㅠ
다만 '많은 기능 = 나쁨'으로 단순히 치환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자칫 ‘아이폰 앱스토어에 앱이 많으면 안 된다.’ 혹은 ‘아마존의 상품 숫자가 많으면 안 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좁은 범위의 문제에 집중해 심플한 해법을 제공하는 제품도, 개인화된 다양한 니즈를 해결하기 다기능 제품도 그저 고객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일 뿐 좋고 나쁨의 문제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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