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u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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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회고 - 파트 2:한 해를 돌아보며

2021년 회고 - 파트 2:한 해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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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u Jung
·Dec 25, 2021·

11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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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글 '신년 목표 연말정산'을 통해 작년 이맘때쯤 스스로 약속한 일들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살펴봤다.

그 약속을 정하던 시점에 상상하던 새 해의 모습과 올해 실제 겪은 한 해는 너무나도 달랐다.

항상 연말이 되면 '참 많은 일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갖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올해는 다른 때와는 참 많이 다른 유형의 고민과 도전이 참 많았다.

나름 잘 해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일도, 고생 고생하며 지난 뒤에 크게 반성하게 되는 일도 그리고 알지만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많다.

그래서 2021년을 보내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운 점과 느낀 점을 적어보려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작년, 재작년에도 내 명함엔 CPO란 글자가 적혀 있었지만, 그 의미와 무게에 대해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이전까진 20명 남짓한 팀으로 눈앞에 산적한 일들을 빠르게 해결하는 데 급급하느라 미처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리더십'이란 단어가 한 해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이전까진 팀에서 나의 역할을 전략, 즉 '우리가 어떤 고객들에게 어떤 제품을 제공해서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찾아내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장기 목표를 세우고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중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해왔던 일이고 더 잘 해내고 싶은 일인 만큼 어려워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노력들이 '방구석 전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팀 모두가 같은 시야와 방향성을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몰입하게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그 힘, 즉 '리더십'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그 과정이 올해 초 내가 가진 생각과 지금 갖는 생각의 변화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메이커와 리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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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란엔 지금도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다. 인생의 거의 절반 가량을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이 직업을 나는 사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망은 내가 어떤 역할을 맡건 변함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는 크게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 상반기에는 여러모로 메이커로서의 '나'와 리더로서의 '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리더로서 보다 큰 성장을 일궈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매번 마주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겪으며 '혹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더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을 마주할 때 양팔 저울에 발을 걸쳐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실제 부족한 점도 많았고 또, 어느 정도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일종의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 발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뭔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과정의 즐거움을 완전히 놓고 싶지 않은 심정도 마음 한편에서 손을 내밀어 저울 한쪽에 무게추를 올렸다.

이렇게 나를 메이커와 리더 사이에서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흔들리던 때 우연히 보게 된 스티브 잡스 인터뷰 영상의 한 대목이 이상하게 와닿았다.

You know who the best managers are? They're the great individual contributors, who never ever want to be a manager, but decide they have to be manager because no one else is going to be able to do as good a job as them.

최고의 경영자가 누군지 아세요? 그들은 뛰어난 실무자(개별 기여자)이고 진짜 경영을 맡고 싶진 않지만 자신만큼 잘 해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떠맡는 사람입니다.

"그래, 지금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 나이기에 하는 거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그때 그 사람한테 맡기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또 아래 적은 일들 역시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크게 도움됐다.

  1. 개인 목표 정리하기
    내가 이루고 싶은 커리어 골을 글로 적어가며 다시 되짚어보았다.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게 선택의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줬다.
  2.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팀에 합류하며 오랫동안 품어 온 디자이너라는 아이덴티티를 내려놓는 게 좀 더 쉬워졌다. 식스샵의 디자이너들이 주변 동료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동료들이 자신의 역량을 한 톨 낭비 없이 제품의 성장에 쏟아부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내 역할임을 깨달았고 그걸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3. 성장하는 기업 리더들의 조언
    내가 마주하는 고민에 대해 우리와 규모가 비슷하거나 보다 앞선 단계에 있는 제품 리더들을 만나 조언을 구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빠른 성장을 일구고 경험한 이들의 조언은 실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힌트가 되었는데, 큰 기업의 리더들도 다를바 없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위안이 되었다.

결정하지 않는 것이 실패하는 것보다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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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해악이다.
데카르트

일이란 빨리 결단해야 한다. 오 리를 걷는 동안 일을 결단할 수 있는 자는 왕이 될 수 있는 자다. 구 리를 걷는 동안에 결단할 수 있는 자는 왕은 될 수 없지만 강한 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일을 결정하는 데 우물쭈물 날짜를 보내고 있다면 정치가 정체되기 때문에 나라가 깎기는 결과가 된다.
묵자(墨子)

앞선 내용에 이어서 올해 상반기까지 나의 과제는 디자이너로 살아오며 몸에 배어있던 여러 가지를 습관과 사고 방식을 지우는(Unlearn) 과정이었던 것 같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무기 삼아온 나의 강점은 사람과 시장 그리고 기술을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금' 필요한 제품을 정의하는 것에 있었다.

특히 '지금'이란 단어가 내포하는 여러 함의, 기업의 시장 진입 수준, 활용 가능한 리소스 등을 고려한 제품 설계 과정은 절대적인 하나의 답을 도출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실험 가능한 다양한 옵션을 도출하고 가진 정보를 활용해 최선을 찾아가는 일종의 밸런스 조정에 가깝다. 어떤 때는 기울게, 어떤 때는 균형을 잡아가며 실험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로 다시 튜닝해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업의 특성은 내가 일을 할 때, 또 개인적인 삶 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예를 들어 나는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 부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무언갈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매우 쉽고 거침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결정은 자신 안에 형성된 명확한 기준에서 비롯하기에 결코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하나의 확신'이란 위험을 내포한 일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보단 남의 생각과 니즈에 귀 기울이는 게 보통이다. 물론 나 자신이 고객인 경우, 혹은 고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직관을 높여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확신이 아닌, 가능성의 영역에 놓아두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과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특정 문제를 다룰 때 맞고 틀림, 좋고 나쁜 심플한 결론이 아닌 'A일 땐 B'가, 'C일 땐 D'가 더 낫다.' 이런 식의 옵션을 제시하는 데 익숙하다.

위와 같은 사고 프레임웍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질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의 리더 역할을 해야하는 동안 항상 느끼는 것은, 필요한 정보가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니 리더에게 명확한 방향성과 확신을 기대하는 조직 구성원에게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조직에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혼란에 가속이 붙는다는 것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아래는 2020년 하반기 360º 동료 리뷰 때 받은 피드백이다.

"도메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나갈 때 고려해야 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주고 방향을 알려주십니다. 다만, 결정을 내리실 때 모든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확신을 갖고 결정하는 모습을 더 잘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피드백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결정하고 책임지는 세계로 첫 발을 내딛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여전히 디자이너로서 나의 경험과 습관은 복잡한 문제를 객관식처럼 몇 가지 선택으로 만들어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유용한 도구이다.

하지만 올 해 배운 것의 핵심은 4개의 보기를 찾는 데 그치는게 아니라 그중에 하나를 골라 모든 팀이 달려가는 길에 잘 보이는 이정표로 만들어 세워두는 것까지 해야만 리더로서 최소한의 밥값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더 밥값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피드백과 평론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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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솔직한 피드백의 중요함과 강력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다.

솔직한 피드백이야 말로 개인의 성장을 위해 매우 효과적인 데이터 수집 방식이다. 물론 모든 피드백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성장에 독이 될 순 있지만 상대방의 진심어린 피드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의견이지만 솔직한 피드백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성장 속도와 역량 향상 폭이 크다. 이들은 다른 이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만큼 자신을 향한 피드백도 잘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을 가까이 하는 게 인생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면 안되는 것은 솔직한 피드백의 핵심은 상대방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 피드백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피드백도 감사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은 내가 일하는 환경을 직접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피드백 대상이 함께 일하는 동료인만큼 그/그녀의 성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성장은 고스란히 나와 일할 때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때로 어떤 이들은 '솔직한 피드백'을 평론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솔직한 피드백은 인간적으로 서로를 상하가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바라보며 존중을 기반으로 이뤄지기에 비록 그 안에 뼈아픈 지적이 담겨있어도 그것을 해결할 힌트가 함께 담겨있기 때문에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 진심과 인간적인 존중이 빠진다면? 연예인을 욕하는 인터넷 게시판 댓글과 별반 다르지 않게된다.

그럼 평론인지 솔직한 피드백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1. 얼마나 구체적인가?
    절대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뛰어난 점이나 개선하면 좋을 점을 적을 때 상대방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대한다면 어떤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구체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2. 장점을 찾기 위한 노력
    개선을 바라는 점에 대한 피드백을 작성한다면 그/그녀의 장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진정성 있게 고민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강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 없이는 개선해서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없다. 그저 내가 싫은 것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
  3. 상대의 얼굴을 보고도 똑같이 말할 수 있나?
    물론 좋은 말이나 감사의 표현의 경우 낯부끄러워 잘 못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은 말 그대로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실명이건 익명이건 글로 적건 대면하건 똑같이 전할 수 있다.
  4. 상대방이 나의 피드백에 답변을 하는가?
    만약 내가 진심을 담아 피드백을 전했고 그게 잘 전달됐다면 상대방도 그에 대해 답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인사가 되었건 개선 약속이 되었건말이다.

솔직한 피드백을 위한 팁

  1. 피드백이 개인에 대한 것이라면 공개적인 장소보단 1:1로
    업무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도 질문 형식으로 던져 개선 방향에 대해 함께 대화 나눌 수 있지만 개인에 대한 피드백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전한 장소에서 전달하는 게 좋다. 사람에 대한 피드백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는 경우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신 공격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
  2. 평소에도 관심 갖기
    평소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 없이는 그저 피상적인 인상 평가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함께 일을 하다 뭔가 특별히 고맙거나 혹은 아쉬움을 느끼는 상황을 마주했다면 상대방의 시각에서 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한 해를 회고하며 전사 차원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받은 피드백을 모아둔 노트를 다시 읽어 보았다. 나는 내 주변에 진심으로 나의 성장을 위해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팀의 중심에서 솔직하고 정직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욕이 생긴다.

여러 색의 물감을 섞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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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모든 고민도 몇 개월 사이 팀 구성원이 2배 이상 늘어나며 함께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전까진 함께 일하는 한 명 한 명과 가깝게 대화하고 머리 맞대어 고민하는 게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지만. 인원이 늘어나며 모두와 매일 대화 나누며 일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맞닿는 접점이 줄어들고 대화의 빈도가 줄어드니 메시지를 공유하고 싱크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특히 이 지점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합류 시점이나 지금껏 쌓아온 경험의 차이에 따라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온도가 제각각 달랐고 그에 대한 의사 표현 방식 역시 달랐다. 심지어 어떤 때엔 하나의 메시지가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 다른 여러 버전으로 해석되고 있기도 했다.

20색 팔레트에 50색 물감을 짰더니 몇 번만에 색상이 뒤섞여 모두 검은색으로 변하듯 말이다.

그동안 여러 창업 팀이 50명, 100명, 500명, 각 성장 단계마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는 것을 보아왔지만 남의 일이라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크게 관심 갖지 않았는데 막상 그 안에 들어와 보니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정답 푯말을 들고 있는데 정답을 외칠 기회는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퀴즈쇼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아쉬움을 해소하는 게 다른 누군가가 아쉬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연속되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퀴즈쇼의 승리 공식은 단 하나뿐이다. '모두가 정답 푯말에 같은 답을 적는 것.'

그게 공감과 동기 부여에 의해서든, 시스템과 관리에 의해서든 말이다.

왜냐하면 기업에선 개인화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조직 내 성장 방향성과 역량을 발휘할 영역을 정하는 일은 어느정도 개인화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의사결정과 실행 방향 등 기업의 성장을 위한 선택은 기업 내의 원칙과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 모두가 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솔루션이다.

그 원칙과 판단 기준의 집합체는 기업 문화라고 불린다.

한창 조직 문화에 대해 고민하며 이런저런 책을 읽거나 국내외 여러 기업의 리더나 재직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러다 든 생각은 변화로 인한 혼란은 사실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진짜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결핍을 상정하고 성장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애초에 시스템이 성장을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내건 실리콘밸리 건, 루키 스타트업이건 유니콘 스타트업이건 완숙 단계(Mature Phase)에 접어든 조직이 아닌 이상 조직의 시스템과 체계 변화로 구성원이 혼란을 겪는 상황은 어디에나 끝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기업과 사람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기업과 개인이 기대하는 성장의 속도와 크기의 일치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만약 기업을 성장 단계(Growth Phase), 완숙 단계(Mature Phase) 두 단계로 나누고 개인을 성장 지향(Growth Focused), 안정 지향(Stability Focused) 두 단계로 나눈다면

기본적으로 '성장 지향형 개인이 성장 단계 기업에서 일할 때' 변화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다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 지향은 스터디 등 자기 계발하는 투자하는 유형이 아닌 도전적인 경험 안에서 커리어 성장을 만들려는 마음 가짐에 가깝다.)

이전 직장의 스테이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완숙 단계의 기업에서 성장 단계 기업으로 이직할 때 그 기업의 현재 스테이지에서 성장을 만드는 방식, 기대하는 성장 속도와 크기 등에 대한 이해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기존 경험과 다른 것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경험을 합류한 기업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데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처음 조직 구조와 체계라는 과제가 눈앞에 주어졌을 때 이미 성공한 기업들의 방식을 잘 따라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분명 앞선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겠지만 사실은 고민 없이 안전한 정답을 찾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애초에 고객이 다르고, 고객으로 인한 성장 방식도 다른데 같은 방식을 따라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텐데 말이다.

결국 기업의 문화는 스스로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 체계의 불안정성이 병목이 되지 않기 위해선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기업의 미션을 중심으로 '성장에 집중하는 문화'와 그 성장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환경', 마지막으로 그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컬처 핏이 맞는 인재의 밀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실리콘밸리의 한 HR SaaS 스타트업에서 엔지니어로 재직중인 지인과의 대화가 아직도 머릿속에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다. 그는 자신이 재직 중인 기업의 미션을 내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설명하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게 자랑스러운 회사, 아마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잘 함축하고 있는 게 아닐까? 리더는 끊임없이 모두가 기업의 미션에 동참할 수 있는 동기 부여와 소통을 해나가고 팀이 한 마음으로 미션 달성을 위해 집중한다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과제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멋진 일임은 분명하다.


맺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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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짧은 것 같기도 하고, 또 길었던 것 같기도 한 한 해가 갔다. 원하던 만큼 성취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많다. 한 해를 회고하고 적는 과정을 통해 미숙하고 부족했던 나를 돌아보니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그 과정이 지금 나의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내년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과제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에 살짝 겁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와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기를 바라면서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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